진로인터뷰-문화재 보존 과학자
과학으로 역사를 지키는 사람, 조용하지만 가장 깊이 있는 직업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직업 중, ‘문화재 보존 과학자’는 가장 묵묵하지만 의미 있는 일을 하는 직군 중 하나입니다.
눈에 띄지 않지만, 수백 년, 수천 년 된 유물을 마주하고, 그 속에 깃든 시간과 역사, 기술을 과학의 힘으로 보존하는 이들.
문화재 보존 과학자는 예술과 과학, 인문학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고도로 전문화된 작업을 수행합니다.
이 글에서는 실제 문화재 보존 과학자로 일하는 A씨의 인터뷰를 통해, 이 직업의 현실, 필요한 역량, 진로 준비 방법, 그리고 이 일이 주는 의미까지 깊이 있게 살펴봅니다.
비인기 진로이지만 오히려 독창적인 길을 가고 싶은 청소년이나 진로 변경을 고민 중인 이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줄 수 있는 콘텐츠입니다.
인터뷰 대상: 김세진(가명) / 국립 ○○박물관 보존과학실 / 경력 7년차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유물은, 누군가가 사라지지 않도록 붙잡아두었기 때문에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1. 이 직업을 선택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김세진 님은 어릴 적부터 박물관과 미술관을 좋아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감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 유물은 어떻게 이렇게 오래 보관됐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던 것이 출발점이었습니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화학과 미술을 좋아했어요. 둘을 다 살릴 수 있는 길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우연히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보존과학실’이라는 부서를 알게 되었죠. ‘과학으로 문화재를 복원하고 분석한다’는 개념이 너무 신기했어요.”
이후 화학 계열 전공을 선택하고, 대학원에서 문화재 분석과 복원 기술을 전문적으로 배우며 진로를 구체화하셨습니다.
2. 문화재 보존 과학자는 무슨 일을 하나요?
많은 사람들이 ‘보존’을 ‘수리’ 혹은 ‘복원’으로 오해하지만, 김세진 님은 이 일을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문화재 보존 과학자는 유물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유지하고, 변질을 막는 사람입니다.
복원보다 중요한 건 지금 이 상태를 최대한 오래 유지하도록 돕는 것이에요.”
주요 업무 예시:
- 유물의 재질 분석 (XRF, FTIR, SEM 등 장비 활용)
- 변질 원인 진단 및 환경 조건 분석
- 미세한 오염물 제거
- 습도, 온도, 조도 조절을 위한 관리
- 복원 시 사용되는 재료의 화학적 적합성 테스트
- 전시 및 운반 중 안전성 확보
즉, 문화재를 만지지 않고도 그 상태를 안정시키기 위한 과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예방적 보존이 핵심입니다.
3. 하루 일과는 어떻게 구성되나요?
김세진 님은 하루의 대부분을 실험실과 보존실에서 보냅니다.
하루 일과 예시:
오전 9시 | 출근 및 보존 대상 유물 확인, 보존 환경 점검 |
오전 10시 | 분석 장비 셋팅 (X-ray, UV 등) 및 측정 |
오후 1시 | 유물 표면의 미세먼지, 곰팡이 제거 작업 |
오후 3시 | 보존 처리 전후 비교 분석, 문서 작성 |
오후 5시 | 회의 및 후속 처리 계획 수립, 퇴근 |
“하루 종일 조용한 실험실에 있다 보니, 굉장히 차분하고 섬세한 성격이 도움이 돼요.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줄 아는 게 중요하죠.”
4. 이 일을 하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김세진 님은 세종대왕 시기의 과학기구 유물을 직접 분석하고, 재질 복원에 기여했던 경험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꼽았습니다.
“그 유물은 수십 년 동안 창고에 보관돼 있었어요. 우리가 분석하고 적정 환경을 적용하자, 마치 살아나는 듯한 모습으로 변했죠. 언론에 공개되기도 했고, 그때 정말 감격스러웠어요.”
문화재가 대중에게 다시 보여질 수 있도록 하는 데 과학이 기여한다는 사실은, 이 일을 계속하게 만드는 가장 큰 동기라고 합니다.
5. 이 직업을 준비하려면 어떤 공부와 경험이 필요한가요?
김세진 님은 이 일을 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학력보다도 다양한 분야의 융합 능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필요 전공 예시:
- 재료공학, 화학, 고고학, 미술사, 문화재학, 분석과학 등
- 대학원 진학 시 문화재 보존과학 전공 또는 유물 복원 전공 권장
추천 활동:
- 박물관 인턴십, 문화재청 체험 프로그램
- ‘문화재 보존 학술대회’ 참여
- 해외 사례 조사 및 보고서 작성
“자격증도 물론 도움이 되지만, 연구 경험과 포트폴리오가 가장 강력한 무기예요. 보고서 작성 능력도 매우 중요합니다.”
6. 이 직업의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겉보기엔 정적인 업무지만, 실제로는 체력과 인내력이 필요한 경우도 많습니다. 유물을 직접 운반하거나, 장시간 분석 데이터를 확인해야 하는 날도 많기 때문입니다.
“한 유물에 몇 달씩 붙어 있어야 할 때도 있어요. 또, 오류가 나면 처음부터 다시 분석해야 하니까, 멘탈 관리도 정말 중요해요.”
또한 실수로 유물이 손상되면 회복이 불가능하므로, 항상 극도의 긴장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일해야 합니다.
7. 이 직업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한마디 조언을 해주세요
“화려하진 않지만, 정말 의미 있고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일이에요.
남들과는 조금 다른 진로를 걷고 싶다면, 문화재 보존 과학자는 정말 추천할 만한 직업입니다.”
김세진 님은 특히, 미술과 과학 중 하나만 좋아하는 학생이라도 이 일을 탐색해보기를 권합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간을 보존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이들에게는 더없이 값진 길이 될 수 있습니다.
‘보존’은 과거와 미래를 잇는 가장 조용한 다리입니다
문화재 보존 과학자는 눈에 띄지 않지만,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는 전문직입니다.
디지털 시대가 가속화될수록, 오히려 아날로그적 가치를 지키는 이들의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청소년, 대학생, 혹은 진로 변경을 고민 중인 이들이라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관점에서 ‘과학’과 ‘예술’을 바라보고, 이 새로운 진로의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